비폭력 저항과 평화를 향한 일상의 힘

비폭력 저항(Non-violent resistance)이나 평화의 실천은 일상에서의 훈련을 통해 나오는 창발성이 핵심이다.

월터 윙크도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에서 산상수훈에 나오는 ‘오른 뺨을 때리면 왼편을 돌려대라’, ‘오리를 가자면 십리를 가라’, ‘겉옷을 달라하면 속옷까지 벗어주라’는 말씀들이 단순히 피동적으로 폭력에 순응하라는 것이 아닌 창의적이고 즉각적인 비폭력 저항을 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반응은 일상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쉽게 나올 수 없다.

아래 그림은 내가 속한 전통의 하나의 아이콘 같은 것으로 이 전통의 정체성을 만들어 온 더크 빌렘스(Dirk Willems)에 관한 이야기다. 핍박으로 수감되었다가 탈옥하여 얼어붙은 강을 건너 도망하던 중 쫓아오던 간수가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졌다. 그 순간 더크 빌렘스가 도망을 멈추고 돌아서서 물에 빠진 간수를 건져내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그는 곧바로 체포되어 재투옥된 후, 결국 화형으로 삶을 마감했다.

▲ 아나뱁티스트 더크 빌렘스는 핍박으로 수감되었다가 탈옥하여 얼어붙은 강을 건너 도망하고 있었다. 빌렘스는 얼음이 깨지면서 자신을 쫓는 간수가 물에 빠지자 그를 건져 낸 뒤 바로 체포, 재투옥되었고 곧 화형당했다. 1569년. (사진 제공 Wikimedia Commons)

이 이야기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는 것은 그가 죽어 가는 자를 건져 낸 사실보다도 그의 행위의 즉각성 때문이다. 사람이 얼어붙은 강에 빠질 경우 건져 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더크 빌렘스가 그런 상황에 빠르게 반응했다는 것은 ‘도망할 것인가, 건져 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핍박하는 자를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와,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가치를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든 일상의 훈련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 왔다.

일상의 훈련은 어려서부터 교회/공동체를 통해 배우는 (집단적) 창발성과 연결된다. 단번이 아닌 오랜 기간을 닦아야 하는 길은 한 사람의 수고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길을 받아 이어 갈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비폭력 저항과 평화 실천의 길은 공동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래서 어떤 교회들은 주일 저녁에 교인들이 모두 원으로 둘러앉아 자기 일상에서의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 거기서 학자의 이야기도, 목회자의 이야기도, 농부의 이야기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도, 아이들의 이야기도 모두가 다 자기의 이야기가 된다. 그 중심에 성서와 더크 빌렘스 같은 선배들의 이야기가 큰 뼈대를 이룬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공통 기반이 되어 공동체의 정체성이 형성되며, 그 정체성과 연결된 미션, 곧 평화 및 비폭력 저항을 창발적으로 함께 살아 낼 수 있게 된다.

나는 내가 지금 속해 있는 전통과 역사의 길 위에서 예수를 따르는 것이 항상 일관된 결정이나 행위로 점철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순간들을 그러한 일관성에서 일탈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내 아이들과 함께 예수를 따르며 일상 속에서 평화와 비폭력 저항이라는 발걸음을 내딛을 때, 우리 아이들 혹은 그 다음 세대에는 보다 더 전통과 역사에 걸맞는, 아니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지금 내 삶의 방향이요 작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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